간단히 얘기를 마친 뒤 몸도 움직이며 기분 전환도 할 겸 오두막을 나와 테오랑 같이 숲으로 향했다. 어릴 때도 지금도 숲은 우리에게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테오가 말한 게 아주 틀린 건 아니긴 했지. 나도 테오도 다른 많은 사람들도 마을을 감싼 숲 없이는 살 수 없을 거야. 같은 길을 지나더라도 숲은 매일 달랐다. 새싹이 돋아나고 새로운 발자국이 찍히...
영주님은 내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처럼 계속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숲과 공존하는 길을 택해왔지. 우리도 그들도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오랜 세월 서로를 존중해왔어. 언제나 최상의 상황은 아니어도 늘 그나름의 최선을 택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들 입장에서도 현상황을 유지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안 그런가?" 영주님은 정확하게 나를 ...
성에 도착하고 나서야 루카는 안심하는 것 같았다. "아무 일 없었잖아. 게다가 바로 코앞이 마을인데 뭘." "그래도 혼자 거기 있는 건 무서웠어요." 나는 루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루카는 기운이 쏙 빠진 모습으로 로델을 졸졸 따라가다 로델이 비틀거리자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조금 어지럽긴 하네." 로델은 루카와 내 손을 잡고 잠시 ...
"반가운 소식이네. 자세히 설명해 줄래?" "숲을 지금의 자경단처럼 만드는 거야!" 로델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나를 말똥말똥 보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좀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러니까 자경단은 영주님이나 사제님, 아니면 다른 누구와도 독립된 존재라는 거잖아. 물론 자경단원들은 마을 사람들이지만, 아무튼 자경단은 별개라는 거지. 그냥 마을...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테오한테나 가 봐. 걘 혼자 있을 거 아냐." 페르트는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어릴 때는 울보였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꽤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으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금방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도 어색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 입지 않는단 얘기는 아니다. 정리가 부족하진 않지만 온갖 책과 종이들이 가득...
테오가 하는 말을 들은 페르트는 선량하고 순진하게만 보이는 얼굴을 차갑게 굳힌 채 테오를 쏘아보았다. 페르트는 오래 시간을 끌지 않고 테오와 맞상대하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암굴에서 기어나오는 소쇄의 지옥도 그보다는 온기를 품을 것 같았다. "그래.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 땅에서 난 것을 먹고 마셨지만 여전히 외부인이지. 그렇다면 감히 말하건대, 조상 대...
페르트는 테오와 내가 하는 것과 로델을 본 뒤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저들은 명백하게 우리를 적대하고 있어요. 군대와 함께 온 사제가 지금 하는 짓이 우스워보이더라도 그 결과는 별로 가볍지 않을 겁니다. 저런식으로 꼬투리를 잡아서 없는 죄도 일단 만들고 나면 숲에 진을 친 병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테니까요. 그들의 무기가 우리를 겨눌...
다음날부터 자경단은 평소에 하던대로 흩어져서 제 일을 하는 대신 마을 안을 순찰하기 시작했다. 외부 사람이 보이면 테오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허튼 짓을 하지 않는지 지켜봤다.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의 일을 했다. "이 무지렁이들이 감히 누굴 막는 거냐!" "아~ 몰라요. 몰라. 나는 요 앞에 숲이나 알지 다른 건 모르는 사람이니까...
성에서 벌어진 재판은 삼거리에서 일어난 싸움 소식이 알려지며 유야무야 파장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마을 분위기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테오와 페르트, 나까지 우리 셋은 일단 가까운 페르트의 집에 모여 앉았다. 벨라 아줌마는 평소와 다름 없이 인사하곤 편하게 놀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별다른 느낌은 없는데, 그건 뭐였을까? "그럼 일라리오 삼촌은 ...
뻗은 다리를 회전력을 거스르지 않고 궤적대로 회수하며 아래로 향했던 상체를 다시 세웠다. 발차기에 맞아 옆으로 날아간 남자의 뒤편에 있던 다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놀라서 눈을 부릅 떠도 이제 봐줄 수 있는 때를 지나쳤다. 내가 왁 달려들어 남자의 몸통에 들이박았다. 복부를 직격당한 남자가 달려드는 힘에 그대로 휙 나동그라졌다. 나동그라진 남자가 낚시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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