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레타가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일라리오 삼촌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 로델을 종종 찾아가기도 했고 페르트가 증언을 하기 위해 성을 오갔기 때문에 그를 통해 상황을 조금씩 전해들을 수 있었다. "상황이 더럽게 됐어." 이제는 로델과 안면 있는 사이라는 걸 숨길 필요도 없어져 자주 보면서 말투도 닮아가던 페르트가 오랜만에 거친 소리를 했다. 자경단 본부가...
다행히 엘레나 언니는 금방 회복 됐다. 비록 후유증이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상 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언니가 괜찮아지자 다비 오빠도 기운을 차렸다. 기운을 되찾다 못해 다비 오빠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당장 결혼해서 살림을 합쳐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엘레나 언니에게 한 대 맞았다고 들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어쩐지 다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회의는 끝났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남아서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엔 익숙한 목소리도 있었다. 나는 잠시 듣다가 작게 말했다. "누가 사제 아저씨랑 이번 일에 대해 대화 중인 것 같아." 페르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제 아저씨니 굳이 여기서 엿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쩐지 대화하는 ...
"혹시 아나. 니랑 내랑 선수로 뛰는 세상이 있을지." 재유가 한 말에 준수가 습관인 듯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피로가 켜켜이 쌓여있는 탓만은 아니었다. "만약 그런 세상이 있어도 그게 여기는 아니잖아." 준수가 한 말대로였다. 준수는 키 따위의 이유로 모델이나 배우를 했어야 했다든가 하는 말이라면 질리도록 들었고 농구나 배구 같은 걸 했으면 좋았으리란 소...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트의 뒤를 따라 테오가 화로를 들고 로델의 방으로 돌아왔다. 침대 근처에 화로를 내려놓는 동안 페르트가 로델에게 차를 건넸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느라 잠시 부산했다.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베개도 새로 받쳐주고 이불도 다시 끌어올려 주고 나니 찻잔을 감싸쥔 로델이 이런 얘기나 했다.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이네." "아파서 그런 거잖...
성 안팎의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뒷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자연스럽게 쫓겨난 뒤엔 당연하게도 셋이 함께 성 안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나무 위 말이다. 페르트가 나무를 한 번 올려다 본 후에 테오와 내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잘 가." "페르트, 너도 할 수 있어! 그렇게 어렵지 않아!" 내 응원에도 자신의 역할은...
상우가 축축하게 젖은 채 옷에 사지를 끼우고 욕실에서 나왔다. 검게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을 떨어트리며 나른하게도 느껴지는 동작으로 옷장을 뒤져 도현이 입을 편한 옷을 건넸다. 도현도 습기가 남은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옷을 입은 뒤 욕실을 나가기 전에 도현은 괜히 옷을 끌어올려 킁킁 냄새를 맡았다. 빨아놓은 옷에서 상우의 냄새 같은 게 날 리도 없...
솟구쳤던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선의 정점에 이를 때보다 조금은 짧은 낙하 끝에 소리도 없이 림을 관통한다. 차분한 시선이 림을 뚫는 궤적을 따른다. 그물이 철썩이며 뒤흔들리는 동안 여운을 남기듯 유지하고 있던 팔을 내리며 천천히 호흡을 인지한다. 3점 라인 바깥에 서서 이명헌은 잠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방금 던진 슛이 아니라...
사실은 도현이야 말로 묻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막상 상우가 먼저 얘기하자고 하니까 뭘 물으려고 했는지 생각나는 게 없었다. 머리가 텅 비어 당황했는데, 어쨌든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그럼 어디…… 다른 곳이라도 갈까요? 혹시 갈만한 곳 있어요?" "3차로 둘이서 더 마시러 갈까?" 상우는 어딜 가야할지 고민하며 아...
한낮의 햇빛이 쨍쨍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파란 하늘이 투명한 여름 햇살을 도시 위로 뿌렸다. 하늘을 좁게 절개한 마천루를 이루는 빌딩이 저마다 매끄럽게 다듬은 외벽 사이로 검은 아스팔트가 카펫처럼 깔려 있었다. 편평히 다듬은 검은 도로 위로 바둑돌처럼 도시와 색을 맞춘 세단들이 지나다니며 매연을 뿌리는 완연한 도시의 정경 속에서 회색 연석 너머 가...
낯선 손님들이 속닥거리는 게 퍽 수상했다. 소지가 반사적으로 긴장하는데 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지배인이 뭐라고 해뒀는지 설이 잔을 하나 더 가져다 달라고 하자 날듯이 가져왔다. 잔이 하나 더 놓이고 기름지고 비싸보이는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진 뒤 문이 닫혔다. "많이 시켰으니 너도 먹어라." 제헌이 다호를 보는 차에 설이 다호에 손을 뻗었다.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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