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팔?" 제헌이 의문을 표하자 소년이 나귀가 지고 있는 짐에 달린 보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보따리는 밖으로 이파리며 뿌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어서 어둑해지는 때에도 내용물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흑운랑이니 뭐니 그런 얘길 했을 걸요? 그쪽처럼 정팔 아저씨한테 부탁 받은 사람이 종종 여기 오거든요." 소년은 두 사람을 자리로 안내하...
두 사람이 완만한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짐을 진 나귀 한 마리를 끌고 앞장서서 걷던 이립이 채 안 되어 보이는 남자가 산중턱에 난 길 한쪽에 앉아있는 시커먼 사내를 발견하고는 경계심어린 낯빛이 되었다. 하지만 사내가 길을 막고 있거나 다른 무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다 여기서 돌아가자면 산 속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야숙을 못할 건 아니었지만...
침대에 누워서 뒤척이며 고민해 봐도 지금은 더 수가 없었다. 억지로 자는 척이라도 하려고 누워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더니 곧 침대 밑에서 작게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축제가 끝난지 얼마 안 됐는데도 꼬맹이가 우울한가 봐. 빵은 잘 구워졌던데. 잼도 농도가 딱 괜찮지 않았어? 작년엔 좀 싱거워서 별로 였는데." "속 없기는. 꼬맹이의 친구가 다른 인...
도무지 그냥 넘길 수 없는 얘기에 당장에 벌떡 일어나 페르트의 방에서 튀어나갔다. "엘레나 언니가 잡혀갔어요?" 마음이 급해 질문을 먼저 하면서 거실로 나가 의자에 앉았다. 테오도 궁금했는지 슬그머니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벨라 아줌마는 본인이 말하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얘기해주었다. 벨라 아줌마가 해준 이야기는 ...
시비를 걸던 남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테오에게 와악 달려들었다. 테오가 덩치가 좋긴 하지만 성인이 여럿 달려들면 대항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몰매를 맞았다. 하지만 저 불량배들이 까먹은 게 있었다. 그들이 테오에게 집중하는 사이 내가 자유의 몸이라는 것 말이다. 즉시 제일 가까이 있는 남자의 목에 팔을 걸며 뛰어올랐다. 남자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반사적으로 몸에 ...
엄마랑 아우레타, 테오, 그리고 옷과 머리가 흐트러진 채로 넋이 나간 페르트에게 상황을 얘기한 뒤 데라시아를 수레에 싣고 다비 오빠네 농장으로 향했다. 데라시아를 따로 떨어진 우리에 내려준 뒤 다시 돌아오니 어느새 구름이 노을로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이 되었다. 다녀왔더니 엄마랑 아우레타는 없고 테오랑 페르트만 남아서 나를 맞이했다. 이른 아침부터 들떠서 외...
자경단을 꾸려 단장직을 맡기 전부터 마을에 문제가 생기면 일차적으로 조율하고 정리하는 일을 계속 해온 엘레나 언니는 이번에도 차분하게 인내심을 발휘했다. "마을 축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지켜온 전통을 모욕하는 실수를 취소할 기회를 드리죠." 엘레나 언니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마을에 있는 어떤 망나니도 엘레나 언니가 ...
그렇게 테오가 아우레타를 안아들고 있어도 놀라울 정도로 남남처럼 보이는 게 오히려 웃겼다. 테오는 아우레타를 페르트에게 맡긴 뒤 내가 있는 근처로 왔다. "늦었네?" "제 시간에 도착한 거지." 이상한 변명을 하며 테오가 부랴부랴 밧줄을 잡았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준비가 끝났다. 나도 밧줄을 고쳐 잡으며 자세를 잡았다. 에도아르도 아저씨의 구령에 맞추어 ...
십대로 접어들 쯤부터 테오는 이미 발육이 남달랐다. 지금은 어지간한 어른들 저리가라 할 정도의 덩치였던지라 어린 아우레타를 목말 태워서 다니면 어쩌면 아빠가 딸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둘이 하나도 안 닮아서 그런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아우레타랑 내가 쓰고 있을 때는 누가 봐도 가족끼리 같이 엮...
원작과 다른 설정과 내용의 팬창작입니다. 올해 초 구상을 최근에 써서 이래저래 안 맞습니다. 모든 상황과 캐붕은 그냥 제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으로, 생각은 울리케가 많이 하고 있으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세요. 제 뇌내에서 둘이 이미 썸을 탔습니다. 캐붕주의!/ 울리케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공사다망하신 고블린 대사이자 피어클리벤의 행정관이며 용의 친...
테오는 상품이 별로 안 끌린다고 신청하지 않았고 나는 깜빡하고 신청기한을 넘기는 바람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 했다. 나중에라도 대회 주최에게 참여할 수 없겠냐 물어보니 내가 빠져서 다들 우승을 노리면서 신났으니 그냥 양보하란 얘기만 들었다. 치사하긴. 응원과 야유가 오가고 승자가 환호 속에 주최가 준비한 화환과 부상을 받았다. 팔씨름 대회가 끝난 후에는 영웅...
영주님이 갇힌 듯 아닌 듯도 하고 감찰관은 뭐든 딴지를 걸 거리만 찾아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다 로델은 결혼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내 친구들이 나도 모르게 친밀해진 사이였다는 걸 알게 된 후에도 일상은 매일 일과로 정신없이 바빴다. 새벽에 일어나 엄마와 함께 밭에서 잡초를 뽑고 숲에 숨어있는 이상한 그림자들 사이에서 작은 동물을 사냥하고 반짝이는 날개를 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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