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LO

로델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이런 모습을 보니, 네가 드레스를 입으면 어떨지 궁금해졌거든." 정말 엉뚱한 소리다.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드레스는 로델처럼 성에 사는 사람이나 입는 거잖아! 내가 그런 걸 왜 입겠어?" 로델도 쿡 웃었다. 우리 둘다 한동안 키득거렸다. 방금 약을 마시고 난 뒤엔 안색이 돌아오긴 했어도 아직은 기력이 상했는지 ...

말린 꽃술을 태우는 것 같은 연기가 실내를 채워갔다. 이후에 정말로 신비로운 일이 일어났다. 찻물이 담겨 있는 찻잔 바닥에서부터 푸르스름한 것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안에서 무언가 생긴 거라면 찻물이 넘쳐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차오르는 푸른 액체를 보며 페르트가 작은 소리로 뜻을 알기 어려운 말을 읊었다. 무거워 보이는 푸른 액체가 찻물...

내가 서운해 하는 걸 달래려고 로델이 차근차근 얘기하는 걸 마치기 무섭게 페르트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를 이단자로 몰아가서 죽이고 재산을 갈취하는 건 오래된 수법이지. 타지와 단절된 곳일 수록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라 나도 어머니도 마법에 관해서는 주위에 알리지 않고 있어. 그러니 로델 님이 네게 얘기하지 않은 건 널 속이려던 게 아니라 우리 모...

페르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를 위해 다시 좀 더 풀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이고 있으니까. 여기에서 하는 것처럼 토착 미신을 뿌리 뽑겠다면서 감찰관을 보내 백작의 수족들이 지방 곳곳을 뒤적거리고 있지. 당연한 얘기지만 전자는 대외명분이고 실제로 노리는 건 뒤쪽이겠지." 나는 페르트가 한 말을 곰곰히...

광마회귀 2차창작 BL. 일양현의 신자하객잔에서 검마와 자하가 평화로운 시간을 공유합니다. 짧습니다.

원작과는 다른 설정과 내용인 팬창작입니다/ 비는 전날 밤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최근 농사 지을 물이 부족하단 얘기가 있었는데 하늘이 넉넉히 해갈을 해줄 작정인지 제법 시원하게 쏟아붓는 비였다. 범람할 정도는 아니어서 보는 이도 마음이 편했다. 검마는 객잔의 창 밖으로 비답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강박이 사라진 자리는 비었으...

새로운 여정

끝도 없이 이어지는 깃발들을 든 선두가 멀어지고 말을 탄 기사와 보병이 지나고 수레와 짐마차가 행렬을 이루며 지나고 있었다. 릴리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앞으로 맞이할 전투 생각에 벌써부터 긴장한 이들, 서부까지 이어질 행군에 묵묵한 무료를 느끼는 안색들, 무표정한 사람과 짐승의 얼굴들. 필리엔은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이제는 어디쯤에 가고...

소로를 따라 대숲으로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느긋한 서론이 먼저 나왔다. "지금은 서부가 제국의 가장 악랄한 적으로 보이지만 개개인의 마음이 정말로 같을 수는 없지요. 이곳도 주전파니 온건파니 어찌나 번잡스러운지……. 하지만 그건 서부 또한 마찬가지랍니다. 모래 바람이 부는 땅에 있는 자들도 모두가 폐하의 뜻에 반하는 무뢰배들만은 아니란 말이죠." 숲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릴리를 ...

소로를 따라 대숲으로

예상했던 것처럼 필리엔은 밍밍한 소리를 해댔다. "특별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원래 그랬으니까……. 신경쓰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저를 지켜주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좀 안심이 돼요. 나쁜 일이 생기면 세필리아가 와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요." 필리엔은 좋은 일인데 그걸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있느냐는 식이...

광마회귀 2차창작. 임소백, 이자하. 현대 배경으로 날조. 문제아 이자하 학생 진로상담하는 교사 임소백.

원작과 다른 내용인 팬창작입니다/ 임소백은 비스듬히 선을 그리며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 너머로 한 학생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본인과 무관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책상에 팔을 올리거나 등받이에 과도하게 몸을 기대지 않은 자세가 눈에 들어온다. 옷차림은 어쩐지 단정하지 못한 느낌인데 실제로 살펴보면 아무것도 어기지 않은 교...